‘역대 최대 규모’ 상반기 외국인직접투자 22조원 넘어, 탈(脫)중국 흐름 속 반사효과 누린 한국

전년 동기 대비 제조업은 146% 증가, 반면 서비스업은 11% 늘어 ‘반도체, 이차전지’ 등 제조업 분야, 미·중 갈등 속 공급망 재편에 반사이익 미국 IRA 영향 한국에 생산 거점 마련하는 ‘중국 기업’도 늘어

올 상반기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반도체, 이차전지 등 국내 주요 산업 등이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미국으로 직수출이 어려운 중국 기업들도 국내에 기업이전 및 합작 투자 형태로 자금을 투입하며 첨단산업의 전략적 투자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종전 2018년 기록 경신, 지난해 상반기보다 54% 급증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상반기 외국인 직접투자(신고 기준)가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170억9,000만 달러(약 22조원), 도착 기준으로는 6% 증가한 77억5,000만 달러(약 10조)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1962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상반기 최대 기록이며 157억5,000만 달러로 종전 최대였던 2018년 상반기 기록을 뛰어넘는 수치다.

업종별 신고액을 살펴보면 제조업이 76억3,000만 달러로 145.9%, 서비스업이 84억8,000만 달러로 11.0% 증가했다. 제조업의 약진이 두드러진 가운데 첨단산업에서 대폭 증가세를 보인 분야는 반도체와 이차전지가 포함된 전기·전자(663%)와 화공(464.1%)이다. 반면 서비스업에서는 사업지원·임대(447.3%), 숙박·음식(250.6%), 금융·보험(185.5%) 등에서 외국인 투자가 많이 증가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은 24% 증가한 36억6,000만 달러를 기록한 반면 중화권은 32억5,000만 달러(33%), EU는 무려 145% 증가한 42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투자 유형별로는 그린필드 투자가 126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53% 증가했고, 인수합병(M&A) 투자는 44억5,000만 달러로 57% 늘었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안보정책관은 브리핑에서 “글로벌 투자 위축에도 국내 유입 외국인직접투자는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전기·전자로 대표되는 업종이 반도체와 이차전지 분야인데 특히 한국이 강점이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첨단산업의 전략적 투자 거점으로 떠오른 한국

외국인직접투자가 늘어난 건 첨단산업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대중(對中) 견제에 나서면서 중국의 대안을 찾아 국내로 공급망을 확대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탄탄한 제조업 기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첨단산업 분야의 우수한 인프라를 갖춘 점이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을 끄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반도체 ALD(원자층증착) 장비 세계 1위 기업인 네덜란드 ASM은 지난 5월 경기도 화성에 1,350억원을 투자해 제조와 연구시설 등을 확충하기로 했다. 또 영국의 반도체 장비 및 부품 기업들도 지난해부터 아산과 평택 등에 생산공장을 세우는 등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이 대중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다른 아시아 국가에 추가로 생산기지를 두는 현상을 두고 ‘차이나 플러스 원’이라 일컫는 용어도 등장했다.

최근 국내 투자를 추진 중인 미국의 한 산업용 가스 생산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확산 당시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이 국경을 봉쇄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돌파하기 위해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고민하는 와중에 미국의 중국 견제가 강화되자 결국 공급망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대안 찾기에 나서게 됐다”면서 “아마도 글로벌 기업 대다수가 이러한 탈중국 흐름 속에서도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한국에 거점을 마련하길 원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위해 중국 자본도 국내에 투자

미국, EU뿐 아니라 중국 기업들의 국내 투자도 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전구체 제조사 GEM, 중국 화유코발트, 중국 전구체 회사 CNGR 등의 배터리 광물 가공기업이 우리나라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40% 이상의 광물을 조달해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미국 IRA 세부지침을 따르기 위해 국내 투자를 결심한 것이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전북 군산 산업단지에 둥지를 틀고 있다. 특히 새만금 주변에는 28개 외국기업이 새롭게 생산 거점을 구축했고, 기업이전을 타진하는 외국기업도 상당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북지역의 외국인 투자는 신고액 기준 8억6,000만 달러로, 비수도권 2위 규모를 기록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FDI 증가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W대학 경제경영학부 교수는 “올 상반기 FDI 증가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대외 요인에 의한 영향이 크다”며 “추후 미중 패권 경쟁 구도가 변화하는 양상에 따라 국내 투자 규모 또한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만큼 외국인투자를 지속 유치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 예컨대 현행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서울 등 수도권 내 법인을 설립할 경우 부동산 취득 시 중과세를 부과한 규제가 대표적이다. 국내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려는 해외 기업에 있어 해당 규제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이에 대한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해외 기업들에 지급되는 보조금 지급을 늘리고 대상 기준과 조건을 낮추는 정책도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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