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돼, 안 팔아, 돌아가” 부동산 시장 교란 야기하는 외국인 투기 막는다

국토부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 발표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실효성 있는 조사 및 대응 기대” 캐나다·뉴질랜드 부동산 시장 거품 야기한 중국인 투기꾼 사라질까

앞으로 국내에 거주지를 두지 않은 외국인들의 부동산 매수가 까다로워진다. 우리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단속하고, 부동산 거래신고 내용에 대한 조사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수 시 위탁관리인 지정 및 인적 사항 신고를 위무화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시장에서는 중국발 유동성이 한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조장한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최근 수년간 손 놓고 있던 정부가 중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한 다음에야 관련 시행규칙을 개정한다는 점에서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더 늦기 전에 외국인들의 투기를 견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 다행”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내 주소 없으면 위탁관리인 지정해야, 출입국 정보 요청도 가능”

22일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외국인 주택 투기 기획 조사 과정에서 거주지 불분명 외국인들에게 발송한 등기가 반송되는 등 소명자료 청구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은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당시 우리 정부는 외국인의 국내 거주 기간 정보를 수집하는 데도 난항을 겪으며 편법 증여 등 각종 위법 의심 행위 조사에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에 국토부는 국내에 주소 또는 거주지를 두지 않은 외국인이 부동산을 매입할 때는 위탁관리인을 지정해 신고하도록 했다. 위탁관리인은 부동산 거래 신고와 관련해 신고관청이 발송하는 서류의 수령을 대신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기존 부동산 거래 계약 신고서와 변경신고서, 신고필증 등 서식에는 위탁관리인란이 추가되고, 변경 신고 대상에는 위탁관리인 변경 사항이 포함된다. 국내 장기 체류자 신분을 가진 외국인의 경우 외국인등록 또는 국내거소신고 사실 증명서를 제출하면 위탁관리인을 지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 신고관청 등이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외국인의 출입국 기록과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외국인인 직장가입자와 피부양자 간의 관계에 관한 자료 등을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국내 부동산을 매입한 외국인의 실거주 여부를 파악하는 데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남영우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이번 개정을 통해 부동산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실효성 있는 조사와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내 나라에서 외국인에게 월세 낸다”는 비판 사그라들까

중국인을 주축으로 한 외국인들이 국내 부동산 시장에 교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은 201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제기된 문제다. 실제로 2020년 6월 기준 우리나라에 등록된 외국인 민간임대사업자 2,394명 중 중국인은 885명으로 전체의 37.0%를 차지하며 막강한 시장 장악력을 보였다. 미국인(702명-29.3%)과 캐나다인 (269명-11.2%), 대만인 (179명-7.5%) 등이 뒤를 이었다. 외국인 임대사업자가 등록한 임대주택은 6,650채로 집계됐는데, 1인당 평균 2.8채의 주택을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 땅에서 외국인들에게 월세를 내야 하냐”는 비판과 함께 외국인들의 무분별한 한국 부동산 매입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2021년 7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를 규제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작성자는 “외국인들은 자금조달계획 및 출처에 대한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불법 행위가 공공연한 것은 물론 그들끼리 자신의 투자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우리 부동산 시장에 교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하며 외국인들의 강력한 규제 수단 마련을 촉구했다. 해당 게시물은 30일 동안 2만2,041명의 동의를 얻으며 정부의 답변 기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투자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높은 반감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번 정부의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은 앞서 지난 2월 입법예고를 거친 바 있다. 당시 국토부는 “편법 증여 등 각종 불법 행위를 막으려면 이상 거래로 의심되는 건에 대한 소명자료를 받아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매수자와 연락하기 어려워 조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인정하며 의심 거래에 대한 빠른 대처에 중점을 둔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무의미한 세부 규정보다 실효성에 집중한 점은 높이 평가한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상호주의 어긴 중국, 희생양 된 캐나다·뉴질랜드

전문가들은 유독 중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반감이 높은 것은 ‘상호주의’가 지켜지지 않는 데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상호주의란 상대국의 시장개방 정도에 맞춰 자국의 시장개방을 결정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국제 외교의 기본 원리로 꼽힌다.

중국은 일찌감치 2006년 ‘외국자본의 부동산시장 진입 제한에 관한 규정’을 발표하며 △중국에 외상투자기업을 설립한 경우에 한해 자기사용 목적 외 부동산 구매 허용 △외국인 투자부동산기업의 대출 및 외환 관리 강화 △자기사용 목적 부동산 구매 시 실명 요구 등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중국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달러의 대량 유입으로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자 내놓은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문제는 외국인들의 자국 부동산 시장 유입을 그토록 적극적으로 견제한 중국 정부가 자국민들의 외국 부동산 투자에는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등 부동산 시장에 어마어마한 거품을 불러왔다. 실제로 캐나다 토론토 지역은 외국인 주택구입 제한 제도를 도입한 지난해 3월을 기점으로 주택 가격이 불과 2개월 사이 12.1% 급락했으며, 캐나다와 함께 집값 거품 1·2위를 다투는 뉴질랜드 웰링턴 지역은 같은 기간 9.4% 가격 하락을 맞았다.

이처럼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가격을 안정화하는 효과를 불러오는 것은 맞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전 세계 모든 국가의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큰 수요자는 자국민들이며, 실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이들은 외국인들이 부풀려 놓은 거품 시장에서 특정 부동산의 진짜 가치를 가늠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강력한 규제 방안을 마련한 우리 정부의 결단에 많은 전문가와 시장 참여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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